어느 노숙인의 기도

by 전장규 (06) posted Dec 12, 201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따뜻한하루
어느 노숙인의 기도
1212_1.jpg

둥지를 잃은 집시에게는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 일 뿐...

한때는 천방지축으로 일에 미쳐
하루해가 아쉽고 짧았는데

모든 것 잃어버리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따로 매였던
피붙이들은 이산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을 안긴다.

굶어 죽어도 얻어먹는 한술 밥은
결코 사양 하겠노라 이를 깨물든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 무너지고
무료 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 조우할까 조바심 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로 얼굴 숨기며

아려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그 많든 술친구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들도
인생을 강등 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 아이만이 아니다.
50평생의 끝자리에서 잠자리를 걱정 하며
석촌공원의 긴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만감의 상념이 눈앞에서 춤춘다.

뒤엉킨 실타래처럼...
난마의 세월들...

깡 소주를 벗 삼아
물마시듯 벌컥 대고
수치심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빨랫줄 서너 발 사서
청계산 소나무 에 걸고 비겁한 생을 마감 하자니

눈물을 찍어 내는 지어미와 두 아이가
"안 돼! 아빠 안돼! 아빠 " 한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 해야지

교만도 없고, 자랑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가야지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하다고 주저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걸어가야지...
걸어가야지...


# 오늘의 명언
그 앞에서 움츠러 들지 않고 대담하게 뚫고 나갈 결심을 굳힌다면
우리를 가로막는 장애물 대부분은 사라질 것이다.
- 오리슨 스웨트 마든 -


Who's 전장규 (06)

profile

전 총동문회 사무국장. 6회 동창회 총무

 

우리는 영일! 하나다! 모두다! 영일! 영일! 아자~~~


자유게시판

경조사게시판을 별도로 오픈하였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96 골프대회 사진 업로드 준비중 7 file 관리자 2013.11.04 4016
195 과부 시어머니와 과부 며느리 전장규 2013.08.02 3891
194 교수부인의 기막힌 사연 전장규 2013.07.01 4814
193 그 중에 그대를 만나(펌) 전장규 2014.07.04 2655
192 그사람, 바보의사 장기려 전장규 2015.06.15 101
191 기재부 세제실 국장급 인사 재산소비세정책관 이상원(7회) 동문 임명 오신환 2016.07.19 386
190 꺼지지 않는 사랑 전장규 2015.04.10 225
189 꽃은 져도 향기를 남긴다. 전장규 2014.10.13 1282
188 꿈을 이룬 사람 전장규 2014.11.13 947
187 나를 바꾼 한 권의 책 전장규 2014.12.10 1330
186 날씨를 알려주는 돌맹이 전장규 2015.01.27 713
185 남편 속이기 전장규 2013.07.16 3956
184 내가 쓴 글이,,, 4 박세진 2013.11.11 3641
183 내시들의 노조는? 전장규 2013.08.20 3752
182 놀부와 흥부 전장규 2014.03.06 2881
181 누가 더 빨리 뛸까? 전장규 2013.08.28 3956
180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하지만, 전장규 2015.07.01 125
179 누나의 행위 전장규 2013.08.14 3739
178 눈물이 나도록 살아라 전장규 2015.03.11 233
177 다들 그렇게 한단다 전장규 2015.06.03 11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Next
/ 14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