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흰머리

by 전장규 (06) posted Mar 16,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따뜻한하루
어머니의 흰머리
0316_1.jpg

오늘도 어김없이 부부는
칠순 노모가 차려주는 저녁상을 받습니다.
맞벌이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집안살림은 통째로
눈 침침하고 허리 굽은 칠순 노모의 차지가 돼버린 것입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노모가 차려준 저녁상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서
식사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그 때, 노모가 불쑥 말을 꺼냈습니다.

"나 돋보기 하나 사야 할 것 같다.."

생전 당신 입으로 뭐하나 사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다
신문 한 장 볼 수 없는 까막눈인 어머니가 돋보기를 사달라니
웬일인가 싶었지만, 아들은 이내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저녁.
먼저 퇴근한 아내가 막 현관에 들어서는 남편에게 다가와 호들갑을 떱니다.
"여보 아무래도 어머님 늦바람 나셨나 봐.
어제는 안경을 사내라고 하시더니, 오늘은 염색까지 하셨지 머야?"
아내의 너스레에 아들은 볼멘 소리를 던집니다.
"어머님은 갑자기 왜 안 하던 일을 하신데?"


0316_2.jpg

아들 내외의 대화를 우연히 들은 노모는
멋쩍으신지 모른 체 하곤 부엌으로 갑니다.
그리곤 언제 장만했는지 돋보기를 끼고 쌀을 씻습니다.
며느리는 그런 노모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남자친구가 생겼나 싶어 눈치를 살폈습니다.

식탁 앞에 아들 내외가 앉자 어머니가 먼저 침묵을 깹니다.
"안경은 내가 장만했으니, 인자 됐다.
엊그제 느그 아들 밥그릇에 흰머리가 하나 들어갔나 보더라.
애가 어찌나 화를 내던지..
인자 안경도 끼고 머리도 염색했으니 그럴 일 없겠지."

아들은 그제야 어머니가 왜 돋보기를 사달라고 하셨는지,
하얗게 센머리를 왜 염색하셨는지 알게 됐습니다.
죄송함에 아무 말 못하고 고개를 숙인 아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늘 바라기만 했을 뿐,
어머니의 머리가 온통 백발이 된 것도
아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

누룽지를 좋아하고, 사과는 가운데만 드시고,
멋 내는 걸 원래 싫어해서 옷도 안 사는 우리 어머니.

갓 지은 따뜻한 밥과
아삭아삭한 사과,
날개가 되는 멋있는 옷.
내가 좋으면, 어머니도 당연히 좋은 건데..

그 당연한 걸 왜 자꾸 잊게 되는 걸까요?


# 오늘의 명언
부모를 공경하는 효행은 쉬우나, 부모를 사랑하는 효행은 어렵다.
- 장자 -

Who's 전장규 (06)

profile

전 총동문회 사무국장. 6회 동창회 총무

 

우리는 영일! 하나다! 모두다! 영일! 영일! 아자~~~


자유게시판

경조사게시판을 별도로 오픈하였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76 안상훈 동문 김동연 부총리 자문관 임명 오신환 2017.08.31 292
175 안녕하십니까? 동문가족체육대회 준비위원회 회장 15회 김종욱입니다. 2 file 김종욱 2018.03.24 280
174 안녕하세요 3 추원경 2014.09.29 1392
173 아빠의 전력질주 전장규 2014.09.12 1631
172 아버지의 눈물 전장규 2014.11.21 1006
171 아름다운 꼴지들 전장규 2014.10.10 1180
170 썩지 않는 씨앗은 꽃을 피울 수 없다 전장규 2015.03.30 111
169 신문기사가....덜덜덜...^^; 관리자 2018.01.04 281
168 시산제 공지 좀 해주세요.. 1 관리자 2015.03.17 167
167 순진한 놈과 밝히는 놈 전장규 2013.07.31 4008
166 수원모임(2/27,목 19시 망포역) 1 김지욱 2014.02.27 3180
165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1 전장규 2013.06.04 5155
164 소통의 기술 전장규 2015.03.09 277
163 소년 도둑 전장규 2014.08.18 1686
16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신 전장규 2014.10.21 1167
161 세무사하시는 분 그리고 약 도매하시는 분 한신 2021.09.08 660
160 성희동(2회) 장녀 결혼식 4 총동창회 2013.12.02 3513
159 선후배님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오치훈 2017.05.29 299
158 선후배님들 새해복많이 받으세요^^7기 애터미글로벌 김병철배상 김병철 2017.12.27 457
157 선후배 님들을 뵙고 싶습니다. 4 한성욱 2014.07.11 218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Next
/ 14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